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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씽 : 그들이 있었다2 (14부작)
2022년 12월 19일 첫 방송
매주 (월,화) 오후 8시 50분 방송
극본 : 반기리, 정소영
연출 : 민연홍, 이예림
출연 : 고수, 허준호, 안소희, 이정은, 김동휘, 하준, 최명빈 등
사라진 사람들, 새로운 영혼 마을. 그들의 간절함에 오지랖 재발동한 '영혼 보는 콤비' 의 판타지 추적극
등장인물
김욱 (남. 30대) / 고수
여전히 조각같은 외모, 귀를 녹이는 꿀성대, 출구 없이 홀딱 빠져드는 츤데레 매력까지.
나 김욱은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의 사기, 아니 완벽한 남자야.
단점? 그런 거 없는데... 아, 하나 있다. 쓸데없이 정의로운 거. 그게 왜 흠이냐고? 말도 마.
그놈의 정의감 때문에 생사를 오간 게 한 두 번이 아니에요.
기억 안 나? 납치당하는 여자 도와주려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죽을 뻔한 거.
하늘이는 또 어떻고? 괜히 엄마 찾아 준다고 약속했다가 유괴범으로 몰리고 미친놈 소리 들었잖아.
내가 한 번 뱉은 말은 꼭 지키고야 마는 성격이라. 훗. 그게 벌써 일 년 전이네.
두온마을... 그 낯선 곳에서 엄마를 만난 게 엊그제 같은데.
사실 지금도 안 믿겨. 며칠 전에 두온마을에 갔었는데 아무것도 없더라고.
카페 하와이, 놀이터, 그때 내가 본 게 다 헛것이 었나 싶더라니까.
막말로 죽은 사람이 사는 마을이 있다는 게 말이 돼? 미친놈 소리 들어도 싸지. 근데 말이야. 그게 꿈이든 헛것이든 너무 좋았어.
덕분에 엄마에 대한 오해도 풀렸고, 범수, 준수, 토마스처럼 좋은 사람들 도 만났고. 장씨 아저씨랑 고생고생 하면서 마을 사람들 찾으러 다닌 것도 뿌듯했고. 뭐랄까. 안 그래도 멋진 놈이 더 성숙 해진 느낌이랄까. 잘난 척 하는 게 아니라 사실이 그렇다고 사실이!
아놔 이런 말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, 뉴스 안 봤어? 그 지나가던 시민이 바로 나야!
이런 일 한 두 번도 아니니까 됐다고 극구 사양하는데도 굳~이 주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용감한 시민상까지 받았잖아.
내가 그런 사람이라고. 햇빛밝을 욱. 이 세상을 환하게 밝히는 사람!
좀 찜찜한 게 하나 있긴 한데... 그 날 보이스피싱 당할 뻔한 할머니 도와줄 때 말야. 어떤 남자가 나한테 범인을 지목해서 알려줬거든.
그래서 냅다 쫓다가 놓쳤는데 이번에도 그 남자가 나타나서 범인이 반대쪽으로 갔다고 빨리 가보라는 거야.
아니 범인을 봤으면 지가 잡던가 아니면 경찰에 신고를 해야지, 왜 자꾸 나한테 잡으래? 거기 딴 사람도 많았는데 하필 나한테 와서.
이상하지 않아? 그때 이후로 이 녀석이 자꾸 내 주위를 어슬렁거리고 있어. 우연히 만난 척 하면서 반갑게 인사도 하고, 은근슬쩍 날 떠보기도 하고. 아주 수상해. 분명 속셈이 있는 것 같은데 말을 안 하네.
그래서 기억을 되돌려 봤는데 아무래도 이 자식, 그 날도 일부러 접근한 것 같애. 뭐지. 뒷골이 서늘해지는 묘한 기시감은.
이러다 또 골치 아픈 일에 엮이는 거 아냐? 아... 귀찮고 복잡한 거 딱 질색인데. 삘이 온다. 뭔가 쌔한 삘이 와.
장판석(남. 50대) / 허준호
요새 주말마다 산에 오르는디 거기서 만난 어르신이 그런 얘기를 하대. 인생은 고통의 바다 위를 걷는 거라고. 생각만 해도 아찔허지.
잔잔한 물 위를 가라고 해도 심장이 철렁할 판에, 고통의 바다라니. 순간 발끈해서 그런 끔찍한 소리 마쇼, 하고 내려왔는디.
곰곰 생각해 본 게 그 말이 맞더라고. 내 인생이 그려.
재작년에 현지 찾아서 집사람 곁으로 보내고 이제 여한이 없다, 남은 생은 덤으로 여기고 조용히 살다 가자 했는디, 밤마다 잠을 잘 수
가 없는 거여. 눈을 감으믄 현지 얼굴이 떠오르고, 눈을 떠도 현지가 아른아른 거리고. 너무 늦게 찾았다고 아빠를 원망하는 건지 아님
뭔 할 말이 있는 건지. 여튼 단 하루도 현지가 곁을 떠나지 않는 것이 영 싱숭생숭했거든. 근디 이유가 있었더라고.
이런 말 하믄 욱이가 또 지랄지랄 헐 텐디, 나 요새 또 헛것이 보여. 두온마을에서 현지 찾은 이후로 아무것도 안 보이길래 다 끝났구
나 싶었는디, 또 보여.
이종아(여. 30대) / 안소희
철밥통 공무원을 때려치고 [참조은 전당포]를 운영한지 딱 2년 됐어.
울 엄마 아빤 공무원이야말로 1등 신부, 1등 며느릿감인데 왜 그 좋은 스펙을 차버렸냐고 아직도 잔소리셔.
내가 뭐 시집 잘 가려고 공무원이 된 줄 아나. 난 어디까지나 이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던 것뿐이라고. 물론 전입신고나 등
초본 떼는 일도 훌륭한 업무지.
하지만 그보다 더 보람찬 일을 찾았는데 어떡해. 게다가 그 일은 나 아니면 안 되는 거라고. 욱이 오빠랑 장씨 아저씨가 백날 귀신을 본
들, 내 뛰어난 해킹 실력 아녔으면 아직 그 사람들 반도 못 찾았을 걸?
이런 게 진짜 정의사회구현이지. 억울하게 죽은 시체 찾고, 못돼 처먹은 범인은 만천하에 까발리고. 덕분에 두온마을 사람들은 거의 다
찾았어.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인데 꽤 정이 들었나 봐. 한 명 한 명 찾을 때마다 울컥한 걸 보니.
오랜만에 본가에 갔다가 이상한 소문을 들었어. 고등학교 동창 정아가 결혼식 날 사라졌다는 거야. 결혼식에 신부가 안 나타났으니 난
리가 났겠지. 그때부터 마녀사냥이 시작된 거 같애. 원래 남자관계가 복잡했다, 신랑 친구랑 바람나서 도망갔다, 명품 사느라고 결혼비
용을 날려먹었다, 별별 소문만 무성하고 정작 당사자랑 연락했다는 사람은 없어.
정아 부모님은 동네 사람들 보기 창피하다면서 이사가 버렸대. 울 엄마는 정아랑 친했다는 얘기도 말라는데, 진짜 다들 너무한 거 아
냐? 평소에 행실이 좋든 나쁘든 사람이 없어졌으면 찾는 게 우선이지, 정아가 야반도주 하는 거 봤어? 본 사람 있음 나와 보라고!
욱이 오빠랑 장씨 아저씬 내 얘기 듣자마자 경찰에 신고했어. 그리고 같이 정아를 찾아 보재. 역시 정의로운 사람들, 내가 이래서 두 사
람을 좋아한다니까!
강은실(여. 50대 , 3공단 거주 30년) / 이정은
가만있어 보자... ‘은실’이라는 이름으로 불려 본 게 언젠지 기억도 안 나네요. 다들 강선장이라고 불러요. 뭐 틀린 말은 아니지.
이래봬도 내가 생전에 조깃배 몰던 선장이거든.
[주원호]라고, 우리 아들 태어나던 해에 배를 사서 아들 이름을 붙였어요. 그때는 신랑이 배타고 나는 집에서 살림하고 애 키웠지.
내가 직접 바다에 나간 건 한~참 후에. 우리 주원이 고등학교 여름방학 때였는데 어느 날 아빠 따라가서 고기 잡아오겠다고 나갔다
가 둘 다 안 돌아왔어요. 예보에도 없던 빌어먹을 풍랑이 쳐서 첫 날은 배만 돌아오고 다음날은 아들이 바닷물에 쓸려오고 그 다음날
은 남편이 고깃배에 실려 돌아오고...
두 사람 장례 치르고 나서 따라 죽으려고 했는데 오기가 생깁디다. 옘병할 놈의 바다, 죽을 때 죽더라도 곱게 빠져 죽진 말자.
그래서 배를 타기 시작했어요. 오늘 죽어도 좋고, 내일 죽어도 좋다, 그랬는데 죽지도 않고 5년을 탄 거야. 고기도 잘 잡히고 사업장도
커지니까 동네 사람들이 그러대요. 풍랑도 염치가 있어서 나는 비껴간다고. 개뿔. 입방정이 씨가 됐는지 그 해 태풍에 유명을 달리했어
요. 눈 떠보니 여기더라고요. 죽었는데 시체를 못 찾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나. 어차피 초상 치러줄 식구도 없는데 잘 됐지 뭐.
그때부터 여기 정붙이고 삽니다. 그게 벌써 30년이 다 됐네.
여긴 말예요, 애들이 너무 많이 와요. 적게는 서너 살부터 많게는 스무 살까지 대체 저 천사같은 것들이 뭘 잘못 했다고 이런 델 오냔 말
이지.
속에선 울화통이 터지지만 내가 뭘 할 수 있겠어요. 그냥 따뜻한 밥이나 해먹이자, 해서 시작한 게 이 가게예요. 처음엔 탁자 두어 개 놓
고 애들 불러다 밥을 먹였는데 점점 드나드는 사람이 많아져서 아예 식당 겸 전빵을 차렸어요. 맞다, 요샌 전빵이란 말 안 쓴댔지.
암튼 내가 원래 손도 크고 목소리도 크고 좀 요란스러워요. 뭘 했다 하면 대충이 없어. 일을 사서 한달까. 덕분에 이 동네에서 제일 바쁘
게 삽니다. 학교 급식 도맡아 하지, 동네 노인들 도시락 만들지, 시도 때도 없이 불쑥 새로 오는 불쌍한 망자들 돌봐야지, 잠시 엉덩이 붙
일 틈이 없다니까. 할 일은 많은데 몸뚱이가 하나라 영 불편하기 짝이 없네요.
오일용 (남. 20대) / 김동휘
태생부터 가난했다. 아빠가 교통사고로 죽고 엄마가 병으로 입원했을 때 난 열일곱이었다. 그때부터 돈을 벌어야 했다.
새벽 우유배달, 편의점 알바, 중국집 배달까지 종일 일했지만 엄마 병원비는커녕 월세 내기도 빠듯했다.
그때 중학교 동창 필중이가 찾아왔다. 고등학교를 때려 쳤다는 필중이는 비싼 운동화에 현찰이 가득 찬 명품백을 들고 있었다.
돈 벌고 싶냐는 필중이 말에 난 사람 죽이는 것만 아니면 뭐든 하겠다고 했다. 그리고...
신준호 (남. 30대) / 하준
한때 차차차기 경찰청장으로 불리며 잘나가던 강력계 형사였다가, 지금은 실종전담반의 꼴통 형사로 활약하고 있다.
여전히 똑똑하고 잘난 척 하고 재수 없지만 그래도 2년 전에 비하면 사람 됐다고, 백선배가 그랬다.
하긴... 2년 전엔 제정신이 아녔으니까. 여나 시체가 발견되고 나서 한동안은 먹지도 않고 잠도 안 자고 멍한 상태로 좀비처럼 지냈다.
그때 김욱씨가 찾아와 많은 얘기를 해줬다. 두온마을에서 여나가 얼마나 잘 지냈는지, 얼마나 용감했는지, 얼마나 잘 웃었는지, 얼마나
예뻤는지... 김욱의 헛소리를 언제부터 믿게 됐는지 그건 모르겠다. 한 가지 확실한 건, 그 덕에 다시 일어섰다는 거다.
어쨌든 지금은 실없는 농담도 하고 밥도 잘 먹고 웃기도 한다. 인간 신준호는 상처투성이지만 형사 신준호는 또 다른 실종자를 찾아야
하니까. 실종 사건은 시간과의 싸움이다. 일 분 일 초에 사람 목숨이 달려있다 보니 자연스레 현장에 있는 시간이 늘었다.
백선배가 허구한 날 왜 노숙자 꼴이었는지 이해하게 됐다. 물론 난 백선배와 다르지만.
엊그제 김욱씨 일당(?)이 다녀갔다. 최정아라는 20대 여자가 실종됐으니 찾아 달라면서. 결혼식을 앞두고 사라졌는데 주변에선 아무도
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. 순간 머리가 쭈뼛 섰다. 또?!
그 외의 인물들 보러가기↓
인물관계도
미씽 : 그들이 있었다 2
'32년 째 자식을 기다리는 부모' '제 아내를 찾아주세요'
'죽어서야 발견되는 성인 실종자'...
하루도 거르지 않고 쏟아지는 실종 뉴스들. 대체 이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.
生死도 모른 채
세상의 관심 밖으로 사라진 수많은 이들.
아마도 그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다.
누군가 자신을 기억하기를, 찾아주기를, 끝내 잊지 않기를.
[미씽: 그들이 있었다 2]는 사라진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들의 간절함에 관한
두 번째 이야기다.
-- 세계관 : 3공단 ---
산 자에겐 그저 비릿한 쇠 냄새와 녹슨 고철덩어리 투성이인 폐공단. 그곳에 실종된 망자들의 村이 있다.
시간의 흐름과 담을 쌓은 듯
고즈넉하고 단아한 한옥촌.
족히 천 년은 됐을 법한 웅장한 보호수와 그 너머로 보이는 잔잔한 호수, 마을 중심엔 솜씨 좋은 주인장이 있는 슈퍼가 있고, 아이들 웃
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학교에선 희망을, 꿈을, 가르친다.
두온마을이 그랬듯 이곳의 망자들도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고 바깥세상 어딘가에서 시체가 발견되면 마침내 사라진다.
그것만이 마을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.
딱 한 명의 망자를 제외하면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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